10% + 1% 투자

ELS 3지수 - 12.3% - 변동성 매도 프리미엄 회수

자산배분

2024년 1월, 5대 시중은행 창구에서 5거래일 만에 1,067억 원의 ELS 평가손실이 확정됐다. 투자 원금 2,105억 원 중 실제로 회수된 돈은 1,038억 원. 평균 손실률 50.7%.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무덤이었다. 그로부터 28개월이 지난 2026년 봄, 같은 발행사들이 동일 구조 상품을 다시 시장에 풀고 있다. 이번엔 쿠폰이 17~19% 영역으로 올라와 있다.

이 글의 결론은 단순하다. 2024년의 무덤은 ELS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, 발행 시점의 implied volatility가 정상 수준이었고 기초자산 구성이 위험했던 결과였다. 현재 시장은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높고(KOSPI200 implied vol 38%, 평년의 2배), 잘 고른 상품에 한해 표면 17.44% 쿠폰의 절반 이상이 진짜 기댓값으로 남는다.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세후 12% 영역에 안착한다.

다만 “잘 고른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. 같은 17% 쿠폰이 어떤 조합에서는 무덤이 되고 어떤 조합에서는 알파가 된다. 이 글은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분해한다.

ELS는 풋옵션 매도의 포장지일 뿐이다

ELS를 옷장 안의 검은 박스로 두면 모든 게 어려워진다. 본질은 단순하다.

ELS = 무위험채권 롱
    + 디지털 풋 매도 (행사가 = 만기 평가 배리어 75%)
    + 베리어 풋 매도 (행사가 = 낙인 50%, 한 번 터치하면 활성화)

투자자가 받는 쿠폰의 정체는 두 옵션 매도 프리미엄이다. 쿠폰이 동만기 회사채보다 5~10%p 높다면 그 차이는 그대로 변동성과 꼬리위험을 시장에 매도하고 받는 보상이다.

ELS는 보험사 비즈니스의 반대편이다. 보험사가 보험료를 모아 가끔 큰 손실을 흡수하듯, ELS 투자자는 작은 쿠폰을 모아 가끔 큰 원금 손실을 받는다. 거래 자체가 비대칭이고, 그 비대칭을 인정하는 것이 이 자산을 다루는 출발점이다.

잠깐 — implied volatility란?

이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할 개념을 정리하고 간다. 변동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.

ELS의 쿠폰은 사실상 발행사가 옵션 시장에서 풋옵션을 매수하는 비용에 비례한다. 옵션 가격은 IV에 비례하므로 — IV가 평년보다 높으면 발행사 헤지 비용이 비싸지고, 그 비용이 투자자 쿠폰으로 돌아온다. 발행사 공시에 “KOSPI200 변동성 37.92%“로 잡혀 있는 숫자가 바로 이 IV이고, 평년 ~18%의 약 2배다. IV가 높을 때 ELS를 사면 “비싸진 변동성”을 시장에 매도하는 거래가 되고, 낮을 때 사면 같은 위험에 적은 보상을 받는 거래가 된다. 매수 타이밍의 핵심 지표다.

만기 가격이 결정하는 세 갈래

표준 구조를 본다. 3년 만기, 3개월마다 평가, 스텝다운 90/90/90/90/90/90/85/85/85/80/80/75, 낙인 50%, 표면 쿠폰 연 17.44%. 만기 시점의 손익은 정확히 세 갈래다.

+50% 0% −50% −100% 0% 50% 75% 100% 만기 worst-of (최초 기준가 대비 %) 만기 수익률 손실 구간 낙인 발생 시 손실 쿠폰 풀 지급 +52.32%
만기 worst-of 종가가 75% 이상이면 풀 쿠폰. 50%~75% 구간은 낙인 발생 여부에 따라 갈리며, 낙인 발생 + 회복 실패 시 손실 = (worst-of − 100%).

핵심은 50% 라인이다. 한 번이라도 깨면 만기 가격이 75%로 회복되지 않는 한 손실이 확정된다. 안 깨면 만기 가격이 50%여도 60%여도 무조건 쿠폰 풀 지급. 이 구조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단 하나 — 세 지수 중 가장 약한 한 지수가 3년 안에 -50%를 찍느냐.

광역 지수에서 -50% 도달은 통계적으로 “글로벌 위기급” 사건이다. 2008년 리먼, 2020년 코로나, 2024년 일본 캐리트레이드 청산 정도의 시스템적 충격이 와야 한다. 그렇지 않으면 ②번 구간 안에서 끝난다.

발행사 백테스트가 보여주는 분포

발행사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음과 같다. 2003~2026, 동일 구조 4,610회 발행을 가정한 결과.

0 20 40 60 80 100 발행 회차 중 비중 (%) 85.0% 1차 조기상환 3개월 / +4.4% 12.7% 2~11차 조기상환 6~33개월 0.7% 만기 정상상환 36개월 / +52.3% 2.2% 손실 발생 평균 −35%
발행사 백테스트 기준 outcome distribution. 85%가 3개월 안에 조기상환되고, 손실은 2.2%에 그친다.

분포가 이렇게 한쪽으로 몰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ELS의 본질을 보여준다. 대부분의 경우 작은 쿠폰을 받고 짧게 끝난다. 가끔 큰 손실이 비대칭 꼬리를 만든다.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 분포와 정확히 같은 모양이다.

이 분포가 그대로 미래에 재현된다고 가정하면 세후 기댓값은 14.2%다. 그러나 두 가지 한계가 있다.

첫째, 백테스트는 23년 평균 변동성(~20%) 기반이다. 현재 implied vol 38%가 만기까지 유지되면 산술적으로 손실 확률이 2배 이상 올라간다. 둘째, 백테스트의 손실 케이스들은 모두 “이미 회복된 시장”의 경험이다. 잃어버린 30년급 구조적 약세장이 worst-of 중 하나에 발생하면 회복 가정 자체가 깨진다.

그래서 보수성을 단계적으로 부풀린다.

0 5 10 15 20 세후 기댓값 (%) 14.2% 발행사 P_loss 2.24% 13.5% 현실적 보수 P_loss 5% 12.3% 충분히 보수 P_loss 10% 11.1% 마지노선 P_loss 15% 목표 11%
P_loss 가정을 발행사 추정의 4.5배까지 부풀려도 메인 시나리오(파랑)는 목표 11%를 1.3%p 상회한다. 7배까지 가야 11%가 깨진다.

발행사 추정의 4.5배(P_loss 10%) 가정에서도 세후 12.3%. 7배까지 가야 11%가 깨진다. 이 결과는 자기위안이 아니다 — 의미는 명확하다. 상당히 보수적인 가정에서도 11% 목표 대비 안전마진 1%p 이상이 확보된다.

”2024년 사태가 다시 안 올 거란 보장?”

가장 강한 반론은 이것이다. 2024년 H-ELS도 발행 시점엔 백테스트가 좋아 보였고, 신용등급도 높았고, “광역 지수”였다. 그런데 무너졌다. 똑같은 일이 S&P + Nikkei + KOSPI 조합에 안 올 거란 보장이 어디 있나.

이 질문은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. 보장은 없다. 다만 사후 검증으로 두 가지 구조적 차이가 있다.

첫째, 2024년 사태의 기초자산이었던 HSCEI는 2021년 발행 시점에 이미 고점 부담이 있었고 그때부터 변동성이 평균 25% 이상이었다. 현재 S&P + Nikkei + KOSPI는 모두 추세 회복기에 있고, 변동성도 평년 대비 높은 상태에서 회귀할 가능성이 더 크다. 발행 시점의 위치가 다르다.

둘째, HSCEI 자체가 빠졌다. 워스트오프에서 가장 약한 지수가 가장 결정적이다. 2024년 사태의 진짜 원인은 “셋 중 HSCEI 하나가 -50%를 갔다”였다. 이 지수를 의식적으로 배제한 조합에서는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기 어렵다.

이건 보장이 아니라 위험 매니지먼트다. 그래서 마지막 섹션이 필수다.

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

세후 11% 목표 포트폴리오에서 ELS는 합리적인 한 조각이 될 수 있다. 다음 세 가지는 양보할 수 없다.

(1) 매수 시점 = implied vol이 평년 대비 1.5배 이상일 때만. 평년 수준 또는 그 아래로 회귀하면 쿠폰이 8~10%로 내려오는데, 분포의 꼬리는 그대로 남는다. 매수 가치가 사라지는 영역이다. 현재(2026년 5월)는 이 조건을 만족한다.

(2) 포지션 사이즈 = 단일 ELS 5%, ELS 전체 20% 이내. 켈리 공식이나 위험예산(risk budgeting) 어느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상한이다. 표면 쿠폰의 매력이 분포의 꼬리를 지우지 않는다는 사실은 항상 유효하다.

(3) 발행사 신용등급 AA+ 이상, 기초자산에 HSCEI·중국 본토 지수 비포함. ELS는 무담보 채권이고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. 그리고 워스트오프 구조에서 가장 약한 지수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2024년이 충분히 가르쳤다.

이 조건들 안에서, S&P500 + Nikkei225 + KOSPI200 워스트오프, 낙인 50%, 표면 17.44% 구조는 자산배분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.


ELS를 사는 것은 “예금 + 알파”가 아니라 변동성을 시장에 매도하는 일이다. 정확한 거래의 본질을 보고 들어가면 한 자리가 생기고, 표면 쿠폰만 보고 들어가면 2024년의 무덤이 다시 만들어진다.